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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소재, 리빙 머티리얼의 모든 것

by mandar1n 2025. 8. 14.

기술은 더 이상 ‘무생물’을 만드는 데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살아있는 세포를 직접 포함한 소재를 설계하고, 그 소재가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고치고, 심지어 환경을 정화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리빙 머티리얼(Living Material), 즉 ‘살아있는 소재’ 기술입니다.

미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소재, 리빙 머티리얼의 모든 것
미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소재, 리빙 머티리얼의 모든 것

 

건축, 패션, 환경,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미 실험과 상용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 도시와 생활환경을 완전히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리빙 머티리얼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리빙 머티리얼이란 무엇인가?

리빙 머티리얼은 살아있는 세포나 미생물을 소재의 구성 요소로 포함한 차세대 소재를 뜻합니다. 기존의 금속, 플라스틱, 콘크리트 같은 무기적 재료와 달리, 리빙 머티리얼은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균열을 스스로 메우는 콘크리트,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벽돌, 온도나 습도에 따라 통기성을 조절하는 의류 등이 있습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기능을 수행하는 생물”을 소재 안에 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재료공학, 나노기술, 3D 바이오프린팅 등이 융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작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세포 함유 매트릭스 제작 – 폴리머나 하이드로겔 안에 세포를 삽입해 구조체를 만드는 방식

생물 기반 생성 – 세포가 직접 섬유, 단백질, 광물 등을 만들어내도록 유도

하이브리드 제조 – 기존 소재와 살아있는 생물을 결합해 기능성을 강화

 

이러한 소재는 자가 유지보수(Self-healing), 환경 적응성(Environmental Adaptability), 탄소중립 제조라는 세 가지 큰 장점을 갖습니다.

 

산업별 활용 사례 – 건축, 패션, 환경, 의료

(1) 건축 – 스스로 수리하는 콘크리트와 공기정화 벽돌

- 자가 치유 콘크리트(Self-healing Concrete)
네덜란드 델프트공대(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는 콘크리트 내부에 ‘바실루스 속(Bacillus)’ 박테리아를 주입한 자가 치유 콘크리트를 개발했습니다. 균열이 생기면 빗물 속 칼슘이온을 먹고 석회석을 만들어 틈을 메우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되고 건물 수명이 연장됩니다.

 

- BioMASON의 미생물 벽돌
미국 스타트업 BioMASON은 벽돌을 굽는 대신 미생물 발효 과정으로 단단한 벽돌을 만듭니다. 제조 시 고온 소성 과정이 필요 없어 CO₂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Living Architecture(LIAR) 프로젝트
유럽연합(EU) 주도의 LIAR 프로젝트는 벽돌 속에 미세조류와 박테리아를 넣어, 건물 외벽이 ‘살아있는 필터’처럼 작동하도록 만듭니다. 폐수를 정화하고 대기 오염물질을 흡수하며, 심지어 소규모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2) 패션 – 숨 쉬는 옷과 색이 변하는 직물

- MycoWorks의 마이셀리움 가죽
미국의 MycoWorks는 균사체 기반 가죽 ‘Reishi’를 제작합니다. 질감과 내구성이 천연 가죽과 유사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소모가 극히 적습니다.

 

- Bolt Threads의 ‘Mylo’ 소재
아디다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브랜드가 채택한 마이셀리움 기반 가죽 대체재입니다. 색상과 질감 조절이 가능하며, 기존 가죽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 MIT의 ‘BioLogic’ 프로젝트
매사추세츠공대는 습도에 반응하는 박테리아를 직물에 적용해, 착용자의 체온·땀에 따라 옷의 통기 구멍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개발했습니다.

 

(3) 환경·에너지 – 오염 정화와 지속 가능한 생산

- AlgiKnit의 해조류 섬유
뉴욕 스타트업 AlgiKnit은 켈프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섬유를 개발, 기존 합성섬유를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제공합니다.

 

- Living Solar Panel 프로젝트
스페인 바르셀로나디자인연구소는 광합성 미생물을 태양광 패널에 결합해 전기 생산과 동시에 CO₂를 흡수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입니다. 건물 외벽, 버스정류장, 가로등 등에 응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의료 – 인체 친화적 임플란트

- Harvard Wyss Institute의 ‘Self-healing Hydrogel’
살아있는 세포가 포함된 하이드로겔로,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돕는 의료용 임플란트입니다.

 

- TU Delft의 ‘Bone Repair Living Material’
인체 뼈 조직과 유사한 구조의 리빙 머티리얼을 개발해, 체내에서 서서히 자연 뼈로 대체되도록 유도합니다.

 

리빙 머티리얼이 바꾸는 미래

리빙 머티리얼의 확산은 건물, 옷, 가구 같은 생활 제품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도심 건물의 외벽이 스스로 오염 물질을 걸러내고, 집 안 벽지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며, 신발이 발 모양에 맞춰 살아있는 조직처럼 변형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자원 소모를 줄이고, 사용 중에도 환경 정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 생물 안전성 관리

- 장기 사용 시 기능 유지

- 법·윤리적 규제

 

 

리빙 머티리얼은 ‘살아있는 것’과 ‘인공물’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입니다. 건축물, 의류, 환경 장치, 의료 임플란트까지, 우리는 곧 주변의 거의 모든 사물이 자라나고, 고치고, 환경에 반응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기술적·윤리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이 분야의 발전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리빙 머티리얼은 미래 도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 사는 집, 걷는 길이 모두 살아 숨 쉬는 세상—그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