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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사라지는 사회, 포스트워크 시대의 가능성과 논쟁

by mandar1n 2025. 8. 9.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까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노동 환경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포스트워크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일이 사라지는 사회, 포스트워크 시대의 가능성과 논쟁
일이 사라지는 사회, 포스트워크 시대의 가능성과 논쟁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수행하던 다양한 직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기술 혁신은 있었지만, 이번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유례없이 빠르고 광범위합니다.

 

이 과정에서 ‘포스트워크(Post-Work) 사회’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실업률이 오르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자체가 사회의 중심 역할을 잃어가는 시대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경제 구조, 사회 제도, 인간의 가치관이 모두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일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포스트워크 사회의 등장 배경

포스트워크 사회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자동화와 AI의 확산입니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기계는 인간의 육체 노동을 보조하거나 일부 대체하는 수준이었으나, 오늘날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 창작, 의사결정 등 고차원적 사고를 요구하는 영역까지 진출했습니다.

 

예를 들어, 법률 문서 검토를 하는 AI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번역 AI는 다국어 문서를 실시간으로 처리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음악 작곡, 기사 작성 등 창의적 작업도 알고리즘이 일정 수준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노동 시장의 전면적인 재편을 의미합니다.

 

또한 플랫폼 경제의 성장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배달, 차량 호출, 프리랜스 계약과 같은 플랫폼 기반 노동은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사회적 보호 장치의 부재를 드러냈습니다. 안정적인 고용보다 단기 계약과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직업 경로’ 개념이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산업 구조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 생존과 사회적 정체성이 노동에 깊이 의존해온 현대 사회에서, 노동의 축소는 개인의 삶의 방식과 공동체의 운영 원리를 모두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포스트워크 사회 논의는 반드시 기본소득, 사회 안전망 재설계, 가치관 변화와 연결됩니다.

 

일의 의미가 변하는 시대

노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닙니다. 인류는 직업을 통해 사회 속 위치를 확인하고, 공동체와 연결되며, 자기 존재의 가치를 느껴왔습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스트워크 사회에서는 이 관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이 대부분의 업무를 대체하면,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존의 직업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긍정적인 기회와 부정적인 위험을 동시에 내포합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 창작, 학문 연구, 자원봉사, 공동체 활동 등 기존에 경제적 보상이 적어 선택하기 어려웠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가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청년이 창업이나 학문에 도전하며, 은퇴자가 지역 사회 개선 활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열립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큽니다. 많은 사람들은 노동이 사라졌을 때 정체성 상실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일을 중심으로 하루를 계획해온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상황은 심리적으로 큰 공허함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교육 체계 변화와도 연결됩니다. 현재 교육은 ‘취업’이라는 목표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포스트워크 시대에는 직업이 아닌 삶 전체를 설계하는 역량이 중요해집니다. 창의력, 비판적 사고, 협력 능력, 자기 주도 학습 등은 직업 유무와 관계없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핵심 자질이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과 새로운 사회 계약

포스트워크 사회의 핵심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도는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여, 생계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노동 여부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급되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빈곤 문제 완화입니다. 둘째, 생존을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입니다. 셋째,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여 창의적 활동, 학습, 사회 기여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둘러싼 현실적 문제도 큽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재원 마련입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세금 구조를 어떻게 개편할지, 재정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입니다. 또한 노동 의욕 저하 우려도 존재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하려 하거나, 사회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본소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봅니다. 기본소득 + 재교육 기회 확대 + 공공 서비스 강화라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가 무료 혹은 저비용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히도록 지원하고, 돌봄·환경·문화 분야에서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포스트워크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계약을 요구합니다. 과거 사회 계약이 ‘노동과 임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앞으로는 ‘기본적인 삶의 보장과 자율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포스트워크 사회는 먼 미래의 가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입니다. 대규모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확산은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하며, 되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을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술의 혜택을 사회 전체가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함께 혁신해야 합니다. 일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사람들의 자율적 선택과 사회적 안전망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포스트워크 사회는 우리에게 거대한 도전을 던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도 엽니다. 기술이 만든 생산성의 혜택을 어떻게 분배하고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 선택이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를 열 것인지, 아니면 격차와 고립이 심화된 사회를 만들 것인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